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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부산(평일)

사연과신청곡

코흘리개 시절의 겨울 추억

2017.01.21
작성자박정도
조회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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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이 기세등등한 겨울이다. 차가운 북서계절풍은 “추위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람들을 잔뜩 웅크리게 한다. 그야말로 겨울추위 앞에서는 남녀노소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겸손해지게 된다.

그래도 요즘은 각종 난방기구나 방한장구가 발달해 겨울추위를 조금은 덜 느낄 수 있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겨울은 정말로 추웠다. 경남 사천시 사남면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나로서는 겨울은 엄청난 추위를 느끼게 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겨울은 나름대로 갖가지 추억을 만드는 시기였다. 동네 언저리에 제법 큰 연못이 있어서 연못의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 집에서 손수 만든 스케이트는 타는 재미가 남달랐다.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속도를 내며 타는 스케이트의 묘미는 스릴과 아찔함의 연속이었다. 누가 먼저 끝에 도착하나 내기를 하고 서로 부딪쳐 넘어지지 않나 시합을 벌이곤 했다.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지겨우면 다시 팽이를 돌렸다. 줄을 감아 돌리는 팽이, 채로 치는 팽이 등 다양한 팽이를 돌리면 시간이 금방 흘렀다. 아무리 추워도 팽이를 열심히 돌리면 이마에 구슬땀이 맺혔다. 팽이 돌리기가 지겨우면 다시 제기를 찼다. 얼음 위에서 제기를 차다가 미끄러져 넘어져도 신바람이 났다. 한발차기 양발차기 등 다양한 묘기를 부리면 톡톡한 운동 효과가 났다.

실컷 놀다가 배가 출출하면 각자 집에서 가져온 밤이나 감자, 고구마를 모닥불에 구워먹고 달걀밥을 해 먹었다. 위에만 구멍을 낸 달걀 빈껍데기에 쌀을 반쯤 안치고 물을 부어 숯불에 얹어 놓으면 나중에 달걀밥이 된다. 참으로 맛난 밥이었다. 그리고 감말랭이, 고구마빼떼기(고구마 말린 것)등을 오물오물 씹으며 식도락을 누렸다.

비록 공부와는 담을 쌓았지만 노는 즐거움에 하루해는 금세 흘렀다. 요즘의 문명기구인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이 없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동네 곳곳이 놀이터고 자연물 자체가 유희의 도구였다.

시골에서 그렇게 활발하게 뛰놀며 지내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어른이 돼 버렸다. 50대 중년이 된 지금 코흘리개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다시 고향의 초동 시절로 돌아가 산천을 마음껏 누비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



신청곡은 박상규의 '친구야 친구'입니다.



박정도. 49519 부산시 사하구 다대로429번길20, 삼환아파트207동 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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