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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교차로

사연과신청곡

잠시 지워졌으면 좋겠디

2010.05.29
작성자인간 석구봉
조회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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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지워졌으면 좋겠디/-도종환-♠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 속에 같혀 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가서 몇 밤쯤 자다오고 싶다

나를 부르는 소리,초인종 소리,전화벨소리로부터
선이란 선들이 다 끊어져 있으면 좋겠다
그런곳에 가서 물소리만 듣고 있고 싶다
나를 견딜 수 없게 하는 온갖소음,싸우는 소리,
제 주장만 하는 소리,명령하는 소리,요구하는 소리,
독촉하는 소리,질책하는 소리,용서를 빌던 소리,
적당히 타협하자고 칭하던 소리,
내 이름을 호명하던소리들은
다 쓸려가고 바람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바람 소리에 귀를 씻으며
깊은 시간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며칠씩 말을 하지 않고 지내고 싶다
자그마한 암자에 들어가 만나는 사람과
그저 눈으로만 말하고
표정으로만 대화를 하며 묵언정진 하고 싶다
그게 너무 과하다면
하루에 다만 몇시간만이라고 고요하게 있고 싶다
매일매일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으므로
말하지 않으면 불안하므로
말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것이므로
말하지 않으면 따돌림을 받을 것이므로
우리는 무슨말인가를 해야 한다

내가 한 말 중에 내말이 아닌것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책임질수 있는 말은 얼마나 많았으며
실제 이상으로 과장한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간
비굴하고 거짓된말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 모든것이 지나친 욕심이라면
하루에 다만 한두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
고요히 있고 싶다 나 자신하고만 같이 있고 싶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생각도 하지않고,
모든걱정과 조바심으로부터 떠나,
모든 계획과 모든 요구와 모든 욕심으로부터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