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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데이트 (주말)

사연과신청곡

[ 폭풍우 뒤에는 ]

2011.12.15
작성자박동철
조회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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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뒤에는


1987년 10월 15일, 폭풍우가 영국 남서쪽을 관통했다.
최대 시속 195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폭풍우로 무려 1억 5천만여 그루의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영국에서도 오래된 정원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을 폭풍우가 훑고 간 뒤
가장 분주해진 사람은 정원사들이었다.
그들은 정원을 다시 복원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리고 2007년 10월,
정원 관련 잡지들은 20년 전 처참한 현장과 오늘날 모습을 비교하며
자연재해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앞 다퉈 다뤘다.

재미있는 것은 이 폭풍우가 과연 재앙일 뿐인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었다.
식물학자들과 정원사들은 부러진 나무를 치우며 뿌리의 깊이가 어느 정도여야
강풍에 견딜 수 있는지를 배웠고,
야생에서 자란 나무가 온실에서 자란 뒤 옮겨진 나무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편 다른 나무가 다 쓰러져도 끄떡없는 목련나무를 조사해 생존 비밀을 풀었고,
해안가 방풍림의 유연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증명했다.

더불어 폭풍우로 인해 토양의 성분이 비옥해지면서 정원과 농경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한 손익을 자연, 생태, 경제적으로 종합해 따져 보니 놀랍게도 손실보다 이익이 더 많았다.

대자연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풀지만 때로는 엄청난 시련으로 우리를 겁주고 절망에 빠지게 한다.
우리 삶에도 이런 절망은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면 신기하게도 그때의 시련이 참 좋은 약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경아, ‘소박한 정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