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쓰신 시 대신 올립니다.
2020.10.05
저희 엄마가 컴퓨터 사용을 어려워 하셔서 대신 올립니다.
<첫 번째 시>
제목: 갈 길을 잃은 양
산은 산인데 옛 산이 아니고
사람은 사람인데 옛사람이 아닐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산천을 뒤흔들어 놓고
산은 나를 보고 손짓하네
어이할꼬 어이할꼬
애가 타고 속이 타네
새벽 4시, 자욱한 안갯속으로
터덕터덕 마을 입구
그들의 눈초리는 악기의 눈초리
소녀는 갈 길을 잃은 양이 되었네
<두 번째 시>
제목: 할미꽃
아장아장 걸을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새 다리가 보이네
고개를 들어보니 해바라기가 나를 보고 미소 짓네
고개 돌려 거울을 보니 거울 속에 또 다른 여인이 있네
“너는 누구야?” 물었더니
“내가 너고 네가 나다.”
“그래. 너는 무엇을 했니?”
“이룬 것도 없다니 한심하구나.”
내 영이여 어느새 고개 숙인 할미꽃이 되었구나